안녕하세요. 꽃의 디테일을 아는 브랜드, 삼식이삼촌입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이 꽂히실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4월, 봄이 본격적으로 터지는 달이에요. 벚꽃이 지고 나면 허전할 것 같죠? 아니에요. 오히려 시작이에요. 벚꽃이 빠진 자리를 채우듯, 더 다채로운 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거든요. 꽃집이 일 년 중 가장 화려해지는 달이 4월이에요.
오늘은 4월에 가장 빛나는 꽃 다섯 가지를 소개해드릴게요.
[1]
목련
Magnolia

목련은 4월의 문을 여는 꽃이에요. 벚꽃보다 살짝 이르거나 겹치는 시기에 피는데, 나무 전체에 하얀 꽃이 동시에 터지는 모습은 벚꽃과는 완전히 다른 스케일이에요.
목련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꽃 중 하나예요. 화석 기록에 따르면 1억 년 전부터 존재했어요. 공룡이 살던 시대에 이미 피고 있었던 거예요. 그때는 꿀벌이 아직 없었어요. 그래서 목련은 벌 대신 딱정벌레가 수분을 해줬고, 지금도 꽃잎이 두껍고 질긴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딱정벌레가 꽃 위를 기어 다녀도 꽃잎이 안 찢어지게 진화한 거예요.
백목련이 가장 익숙하죠. 순백의 꽃잎이 하늘을 향해 컵 모양으로 피어나는데, 멀리서 보면 나무에 흰 새가 수십 마리 앉아 있는 것 같아요. 자목련은 바깥은 진한 보라, 안쪽은 흰색이라 색의 대비가 강렬해요. 최근에는 노란 목련, 핑크 목련 품종도 인기가 많아요.
목련의 아쉬운 점은 수명이에요. 만개하면 2~3일이면 져요. 벚꽃보다도 짧아요. 비가 한 번 오면 끝이에요. 그래서 목련을 보려면 타이밍이 전부예요. 4월 초, 맑은 날 아침이 가장 예뻐요. 꽃잎이 아직 벌어지기 전, 봉오리가 톡톡 터지기 시작할 때. 그때 올려다보는 목련이 가장 아름다워요.
절화로는 잘 안 쓰이지만, 짧은 가지를 잘라 넓은 화병에 꽂아두면 집 안에서도 즐길 수 있어요. 꽃잎이 떨어질 때 물 위에 띄워두면 그것대로 운치가 있어요. 꽃말은 ‘고귀함’, ‘숭고’. 1억 년을 버텨온 꽃에 딱 어울리는 말이에요.
[2]
철쭉
Royal Azalea

3월에 진달래를 소개해드렸죠. 4월의 주인공은 철쭉이에요. 진달래의 바톤을 이어받는 꽃이에요.
진달래와 철쭉, 항상 헷갈리죠. 3월에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구분법 다시 한번 정리할게요. 진달래는 꽃만 먼저 피고, 철쭉은 잎과 꽃이 함께 나와요. 진달래는 먹을 수 있고, 철쭉은 독이 있어서 절대 먹으면 안 돼요. 그래서 옛사람들이 진달래를 ‘참꽃’, 철쭉을 ’개꽃’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도 했었죠. 4월에 산에 가면 진달래는 지고 있고, 철쭉이 한창인 풍경을 볼 수 있어요.
철쭉은 진달래보다 꽃이 커요. 색도 더 선명하고, 붉은 기가 강해요. 연분홍, 진분홍, 빨강, 흰색까지 색상 범위가 넓어요. 특히 영산홍은 철쭉의 한 품종인데, 가로수나 공원에 낮게 심어져 있는 걸 흔히 볼 수 있어요. 4월 중순쯤 도심 화단이 빨갛게 물드는 게 대부분 영산홍이에요.
합천 황매산이 철쭉 명소로 유명해요. 해발 1,108m 능선을 따라 철쭉이 끝없이 피어 있는 풍경은 정말 장관이에요. 소백산, 지리산 바래봉도 빠질 수 없는 철쭉 명소예요. 매년 5월 초까지 축제가 이어지는데, 4월 말이 가장 예쁜 시기예요.
선물용으로는 철쭉 분재를 추천해요. 작은 화분에 담긴 철쭉은 관리도 쉽고, 매년 봄마다 다시 꽃을 피워요. 한 번 선물하면 매년 봄을 선물하는 셈이에요.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 봄에 산을 걸으며 느끼는 그 기분, 딱 그거예요.
[3]
라일락
Lilac

라일락은 4월의 향기예요. 꽃을 보기 전에 향으로 먼저 알아채는 꽃이에요. 골목을 걷다가 달콤하면서 은은한 향이 불쑥 날아오면, 고개를 돌려보세요. 어딘가에 라일락이 피어 있을 거예요.
원래 유럽과 서아시아가 원산지인데, 한국에서도 정말 잘 자라요. 학교 담장, 오래된 주택가 골목, 교회 마당. 어릴 적 기억 속에 라일락이 있는 분들 많을 거예요. 꽃말이 ‘첫사랑의 감동’, ’젊은 날의 추억’인 이유를 알 것 같죠. 라일락 향을 맡으면 괜히 옛날 생각이 나거든요.
라일락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어요. 그리스 신화의 님프 시린가가 목신 판에게 쫓기다 갈대로 변했다는 이야기 알죠? 라일락의 학명이 ’Syringa’예요. 같은 이야기에서 나온 이름이에요. 라일락의 가지 속이 비어 있어서 옛날에는 피리를 만들어 불었대요. 갈대 피리와 연결되는 거예요.
색은 보라가 가장 클래식해요. 라일락이라는 이름 자체가 연보라색을 뜻하니까요. 흰색 라일락은 보라보다 향이 더 진하고, 핑크 품종은 부드러운 느낌이에요. 꽃송이가 작은 꽃들의 집합이라 가까이서 보면 별 모양 꽃이 빼곡히 모여 있어요. 유럽에서는 라일락 꽃잎이 보통 네 갈래인데, 다섯 갈래 꽃잎을 찾으면 행운이 온다는 미신이 있어요.
절화로도 인기가 많아요. 라일락 한 다발만 화병에 꽂아도 집 안이 향수를 뿌린 것 같거든요. 다만 물올림이 좀 까다로워요. 줄기가 나무처럼 단단해서 끝을 십자로 갈라주거나 망치로 살짝 두들겨서 물이 잘 올라가게 해줘야 해요. 이것만 해주면 5일 정도 향기를 즐길 수 있어요.
[4]
작약
Peony

작약은 4월 말부터 꽃집을 점령하는 꽃이에요. 한 송이만으로도 꽃다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꽃이에요. 풍성하게 겹겹이 쌓인 꽃잎, 손바닥보다 큰 꽃 크기. 처음 보면 “이게 진짜 꽃이야?” 싶을 정도예요.
작약과 모란을 헷갈려하는 분들이 많아요. 둘 다 영어로 Peony거든요. 차이는 간단해요. 작약은 풀이고, 모란은 나무예요. 겨울에 지상부가 사라졌다가 봄에 다시 올라오면 작약, 나무 줄기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모란이에요. 꽃집에서 절화로 파는 건 대부분 작약이에요.
중국에서는 모란을 ‘꽃의 왕’, 작약을 ’꽃의 재상’이라 불렀어요. 왕 바로 아래 자리예요. 당나라 시대에는 궁궐 정원에 반드시 심는 꽃이었고, 부귀영화의 상징이었어요. 한국에서도 조선 시대 궁궐과 양반가에서 즐겨 키웠어요.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커다란 꽃이 대부분 모란이나 작약이에요.
꽃말은 ’수줍음’이에요. 이렇게 화려한 꽃의 꽃말이 수줍음이라니, 의외죠. 봉오리 상태에서는 주먹만 한 크기로 단단하게 오므리고 있다가, 피기 시작하면 하루 만에 활짝 열리거든요. 오므리고 있던 모습이 수줍어 보였나 봐요.
선물용으로는 최고 중의 최고예요. 특히 웨딩 부케로 가장 인기 있는 꽃이에요. 핑크 작약 다섯 송이만 묶어도 럭셔리한 꽃다발이 완성돼요. 화이트, 코럴, 딥레드 품종도 있는데, 핑크가 압도적으로 인기예요. 다만 시즌이 짧아요.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딱 한 달. 이 시기를 놓치면 다음 봄까지 기다려야 해요. 그래서 더 특별한 꽃이에요.
[5]
스위트피
Sweet Pea

스위트피는 이름 그대로 달콤한 꽃이에요. 향이 달콤하고, 생김새도 달콤해요. 얇은 꽃잎이 나비 날개처럼 펼쳐져 있는 모양인데, 바람이 불면 진짜 나비가 날갯짓하는 것 같아요.
원산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이에요. 17세기에 수도사가 처음 발견했는데, 향기에 반해서 영국으로 보냈고, 그 뒤로 유럽 전역에 퍼졌어요.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는 ’에드워드 시대의 꽃’이라 불릴 만큼 사랑받았어요. 왕실 정원에 반드시 있었던 꽃이에요.
일본에서는 스위트피에 특별한 사연이 있어요. 마츠다 세이코의 1982년 히트곡 ’붉은 스위트피’가 국민 노래가 되면서, 일본에서 스위트피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지금도 일본 꽃 시장에서 스위트피 점유율이 높은 건 이 노래의 영향이 크다고 해요. 노래 한 곡이 꽃의 운명을 바꾼 거예요.
색상이 정말 다양해요. 연핑크, 라벤더, 화이트, 살구색, 피치, 와인, 크림. 파스텔 톤이 주력이라 어떤 색을 골라도 부드럽고 로맨틱해요. 다른 꽃과 섞어도 잘 어울려요. 라넌큘러스나 작약 꽃다발에 스위트피를 몇 줄기 넣으면 움직임과 향기가 더해져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요.
꽃말은 ‘우아한 추억’, ’섬세한 기쁨’이에요. 졸업이나 이직, 새 출발하는 사람에게 “좋은 기억 간직해”라는 마음을 전하기 좋은 꽃이에요. 관리법은 간단해요. 줄기가 여리니까 물을 자주 갈아주고, 시든 꽃은 바로 따주세요. 한 줄기에 꽃이 여러 개 달려 있어서, 아래쪽부터 시드는데 그때그때 정리해주면 위쪽 봉오리가 계속 피어요.
4월은 낮 기온이 확 올라가는 달이에요. 따뜻해지면 꽃이 빨리 피지만, 빨리 지기도 해요. 조금만 신경 쓰면 며칠 더 오래 볼 수 있어요.
4월은 꽃이 가장 바쁜 달이에요. 목련이 하얗게 터지고, 철쭉이 산을 물들이고, 라일락 향이 골목을 채우고, 작약이 꽃집을 점령하고, 스위트피가 나비처럼 날갯짓해요.
겨울을 지나온 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달. 이 화려한 4월을 그냥 지나치기엔 아깝잖아요. 꽃집 앞에서 발걸음이 느려지거든, 그냥 한 송이 데려오세요. 4월의 봄은, 꽃 한 송이면 충분하니까요.